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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편집실에서] 무투표 당선, 골목 민주주의의 경고


[시흥타임즈] 지방선거가 시작됐지만 시흥의 거리는 의외로 차분하다. 유세차의 선거송도, 운동원들의 외침도 예년만큼 크게 들리지 않는다. 시흥시장 선거를 포함해 일부 주요 선거가 이미 무투표 당선으로 사실상 결론 난 탓일까. 시민이 선택해야 할 무대 일부가 투표일도 오기 전에 막을 내렸다.

흔히 선거는 지역의 파티라고들 한다. 나와 내 가족, 내 동네의 미래를 두고 각 정당과 후보가 정책과 비전을 겨루는 시간이다. 시민은 그 속에서 팍팍한 현실 너머의 가능성을 본다. 

그러나 그 파티가 ‘무투표 당선’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졌다.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단독 출마와 정수 미달 등의 이유로 전국 곳곳에서 무투표 당선자가 속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국 후보자 513명이 무투표로 당선됐고, 경기도에서는 85명, 시흥시에서는 임병택 시흥시장 후보와 안광률·김영훈 도의원 후보 등 3명이 무투표 당선을 사실상 확정했다. 특히 경기도에서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기초자치단체장이 무투표로 당선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우리 지방선거,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헌법 제24조는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다. 그런데 지방선거의 일부 선거구에서는 시민이 투표장에 가기도 전에 당선자가 정해졌다. 투표용지에서 이름을 고르고, 찬성이나 반대의 뜻을 표시하고, 정치적 의사를 남길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대통령 선거의 경우 후보자가 1명뿐이어도 무투표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다. 선거를 실시하고, 그 후보자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을 득표해야 당선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는 후보자가 1명이거나 정수에 미달하면 투표 없이 당선이 결정된다. 같은 국민의 기본권인데, 어떤 선거에서는 끝까지 확인하고 어떤 선거에서는 생략해도 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물론 무투표 당선 제도에는 행정 효율과 선거 비용 절감이라는 현실적 이유가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선거는 시민이 권력에 동의하거나 경고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식이다. 단독 후보라 하더라도 시민이 그 후보에게 얼마나 동의하는지, 또는 얼마나 무관심하거나 반대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대통령이 아무리 바뀌어도 골목이 바뀌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완성은 요원하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시민의 삶은 청와대나 국회보다 동네 골목, 학교 앞, 버스정류장, 공원, 행정복지센터에서 더 자주 정치와 마주친다. 때로는 어느 골목의 오래된 지역 권력이 중앙 권력보다 더 매섭고, 시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골목의 민주주의는 중요하다. 골목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참된 민주주의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이번 무투표 당선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는 유권자의 선택권이 사라지는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단독 출마 선거에서도 찬반투표를 도입할 것인지, 일정 득표율 또는 찬성률 기준을 둘 것인지, 무투표 당선 예정자의 정책 검증과 선거운동 제한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정당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후보자를 배출하지 못한 정당들은 존재 이유를 다시 물어야 한다. 선거는 당락 가능성만 계산하는 수학 문제가 아니다. 불리한 지역이라도 정당의 가치와 시민의 선택권을 위해 씨를 뿌리는 일이 필요하다. 그런데 당선 가능성이 높은 기초의원 선거에는 후보가 몰리고, 시장이나 광역의원 선거는 후보자 가뭄을 겪는다면 지역정치는 점점 더 빈약해질 수밖에 없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은 정치에서도 현실적인 진리다. 후보를 키우지 않은 정당은 미래를 얻을 수 없고, 선택지를 만들지 않은 정치는 시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 이후 정치권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민이 투표하지 못한 채 끝나는 선거가 늘어나는 현실은 민주주의에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무투표 당선은 지역 민주주의가 중앙 정치에 종속되고, 양극화의 흐름 속에서 시민의 선택권마저 사라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자, 피로 쌓아 올린 국민의 기본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무서운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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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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