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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터뷰] 뿌리 깊은 나무, '김원민 시흥전통시립예술단 감독'

전통예술과 삶, 그리고 그가 지키고 싶은 땅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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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타임즈=박경애 문화예술전문 객원기자] 여름 휴가철이 한창인 지난 7월 30일 시흥시립전통예술단 예술감독 김원민을 만났다. 


폭염으로 일상을 힘들게 하는 날씨임에도 옥구공원에 자리한 시흥시립전통예술단 연습실은 활기가 있었다. 당장 공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기획회의와 연습은 멈추지 않는다.

늘상 회의와 연습이 빈번히 이루어지는 공간이어서 인지 반바지 차림으로 소탈하게 웃으며 반겨주는 모습이 전에 다소 무뚜뚝 하다고 느껴졌던 인상과 달리 편안해 보였다. 

현재 시흥시립전통예술단의 예술감독이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어떻게 전통예술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언제 풍물과 연희를 접하게 되었을까?

매화동에서 태어나 소래초등학교를 58회로 졸업했다.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하고 현재 50대인 그는 소위 말하는 586세대다. 독재정권 타도와 민주화 운동으로 사회가 크게 요동치던 시기에 고등학교를 졸업했고 바로 대학에 가지는 않았다. 

당시 복음자리 마을 공동체 운동에서 비롯된 ‘작은자리’ (현 작은자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년활동을 하면서 풍물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이다. 그 곳은 청년운동과 지역운동의 산실이었고 그 중심에는 풍물반을 비롯한 소리반, 독서토론반 등의 다양한 문화활동과 교육이 있었다.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올바른 삶의 길을 걸으며 시작한 풍물을 통해 20대 청년 김원민은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좀 더 전문적인 학습을 해보고자 스스로 무형문화재 단체인 ‘남사당‘을 찾아가게 된다. 


그러면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1998년 최초로 연희라는 종목이 대학 교육과정 안으로 들어온 때다. 그는 연희과 1기로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연희과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오롯이 함께한 연희과의 살아있는 역사가 된 것이다.
 
시흥시에서도 예술활동을 쉬지 않았는데 국악협회가 결성되기 전에 이미 작은자리에서 노동자와 청년들로 결성된 ‘울림터’ 라는 풍물패 동아리에서 활동하였고 이후 전통연희단 ‘꼭두쇠’를 창단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2년 국악협회를 설립하여 예총이 세워지게 된 역사의 현장에도 김원민이 있었다. 

예술가와 예술감독으로서 특별히 지향하는 것이 있나요?  
“예술은 혼자하는게 아니잖아요? 함께 즐기면서 외로울 때는 위로가 되고 힘들 때는 용기를 주고 하면서 사회의 긍정적인 변화에 모래알 만큼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또 한 가지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 운동 경기도 규칙을 알면 재미가 있는 것처럼 알고 보면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그러한 것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죠.” 

김원민 예술감독이 이끄는 시흥시립전통예술단은 오이도, 갯골생태공원 등지에서 노을을 감상하며 관람하는 <해질녁콘서트>, 소산서원에서 따뜻한 차와 함께 즐기는 <달빛콘서트>, 전통악기들의 특색을 이해 할 수 있는 <렉쳐콘서트>, 정기공연을 통한 해외뮤지션들과의 협업등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가지며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공연자와 교육자로서의 삶을 병행하고 있지만 어쩌면 처음 풍물을 접했던 그 순간부터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예술교육이다. 

그는 ‘예술을 위한 교육’과 ‘교육을 위한 예술’ 두 가지가 다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한다.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것과 더불어 청소년들의 자아실현이나 가치관 확립에 도움을 주는 교육으로서의 역할을 예술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사업은 실제로 그가 오래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일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가 지원해 만들었던 소래중학교 농악부의 지도교사로 있으면서 그때 맺었던 제자들과의 인연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또박이>,<꼭두쇠>,<월미농악회>등의 단체를 통해 지역출신의 전문예술인들을 양성해 내고 있다. 

그는 지역이 인력을 양성해야하고 시흥에서 성장한 이들이 다시 시흥을 확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지역의 문화예술이 발전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월미농악: 물왕저수지 부근에 위치한 월미마을에서 파생된 농악으로 호조벌 에서 논농사를 짓게 되면서 자연스러운 두레문화형성으로 초기에는 월미두레풍물놀이라고 불림. 2007년 보존회를 결성하고  2018년에는 경기도대회 우승, 2019년 도대표로 전국대회 참가로 현재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신청 중에 있다.


그가 성장했던 땅 시흥, 이 땅에서 지키고 싶은 것들과 바라보는 것들은 무엇일까?  
2021년 호조벌 300주년을 맞아 진행하고 있는 기념사업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이 사업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러 가지 고민이 있었지만 그 고민들이 제가 시흥에서 전통예술을 하면서 가졌던 생각과 다르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면 호조벌 300주년의 가치를 시흥시민이 함께 공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죠"

또 "호조벌이 구휼미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기본적인 정신과 과거 농경문화가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것 중에 하나인 바로 운명공동체로 살았다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의 생활에도 명절이라던가 생활문화전반을 통해 남아있는 것이거든요. 현대에도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과 어떤 것을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컷어요"

이번 호조벌 300주년 기념사업의 슬로건은 ‘문화공동체 숨두레’다. 여기에 김원민 총감독의 고민과 의지가 잘 담겨있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도우며 일을 하는 운명공동체 였는데 현대사회에는 직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르고 계약적 관계로만 엮여있죠.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문화로만 가능해요."

"기타 치는 게 좋아서 모인 기타동아리는 직업과 나이, 사는 곳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리고 인간만이 숨을 쉬는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이 숨을 쉬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함께 숨을 쉬자 하는 의미를 담았어요"

이번 기념사업에 있어서 아쉬운 점이나 기대하는 것, 목표가 있다면 무엇이냐라는 질문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불통의 문제를 이야기 했다. 

“동아리300%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정왕동과 신천동이 만나고 또 전문예술과의 만남 융합을 통해 이후에도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여 문화가 공동체를 만들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들어 놓았는데 만날 수 가 없으니 그 점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호조벌 300주년 기념사업은 시즌프로그램인 정원대보름-<축원의 숨>, 단오-<쉼의숨>, 한가위-<나눔의 숨>과 지속프로그램인 나눔300, 문화예술공동체30%, 호조벌 탐구생활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기대하는 것은 호조벌 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에요. 우리가 왜 자손대대로 300년 동안이나 이 땅을 지켜왔고 앞으로도 유구하게 지켜가야 할 땅인가에 대한 이유를 함께 찾고 많은 시민들이 그 가치를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요" 

"50만 대도시로 진입한 시흥은 제가 어렸을 때 바라봤던 시흥과 많이 달라요. 개발적인 측면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지만 먼 미래에 우리의 후손들은 무엇 때문에 시흥에 산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교통과 통신이 최고조로 발달한 최첨단의 시대에서 교육과 교통의 편리성으로 인한 이유는 언젠가 희석 될 꺼에요. 그럴 때 정주의식은 어떤 것일까? 우리는 그것을 바라봐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 시흥에서 살려고 하는 것인지요. 시흥이 가진 생태적인 자원들과 문화, 멀리본다면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둔 도시개발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생각과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대화 끝에 질문했다. 

“시흥시립전통예술단의 예술감독이자 명실공이 우리나라 최고의 예술학교인 한예종의 교수로서 안정적인 삶의 궤도에 서 계신데 꿈을 이루셨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꿈을 꾼 적이 없어요. 그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했고 공부도 궁금해서 했구요. 그게 예술가들의 특권 아니겠어요? 하고싶은 것을 한다는 거“ 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어쩌면 더 자유롭고 꿈틀대는 무한한 예술적 상상력이 사회적인 지위의 틀속에 내재되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공연할 때 행복하세요?”
"덜 행복해요. 지금은 군더더기가 붙어있자나요. 옛날에는 즐기면서 했는데 요즘은 자꾸 위축되고 그러면 예술 못하거든요. 저도 경제적인 측면이나 또 성공해야하고 생존해야 되고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죠."

"그냥 예술만 본다면 예술인은 게을러야 된다고 봐요. 빈둥빈둥 거려야지 그래야 뭔가 미친 짓도 생각이 나는거고 저는 요즘은 예술을 한다고 생각을 못해요 오만잡거를 다하고 있거든요. 기획, 연출, 정책도 들여다 봐야하고... 빨리 이런것들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고 진짜 예술을 하는 사람들 잘 할 수 있도록 행정과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지요. 그렇게 될꺼에요. 저는 그냥 체계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될 때까지 해요. 될 때까지"

꽤 긴 시간의 대화 끝에 그저 풍물이 좋아서 한때 ‘광대’ 소리 좀 듣던 20대 청년 김원민의 표정이 보였다. 

때로는 지역의 원로가 없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던 젊은 시절이지만 어느덧 세월이 흘러보니 그래도 지역에서 보호받고 있었더라는 말에서 그가 말하는 이땅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문화공동체가 어떤 것인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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