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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시흥 정왕본동, 아동주거빈곤 '심각'···"특단의 조치 취해야"

정왕본동 10가구 중 7가구 '아동주거빈곤'
전문가들, "완전한 사각지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서야" 한목소리

(시흥타임즈=우동완 기자) 정왕본동에 사는 승민이(8세, 가명)는 2살 어린 동생과 8평짜리 원룸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 티비 시청은 좁은 집안에서 아이들이 즐기는 유일한 놀이다. 가까운 곳에 공원 놀이터가 있지만 이마저도 술에 취한 사람들과 비행청소년들이 나타나면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승민이의 부모는 시화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로 이들이 사는 주택은 보증금 200만원에 월 30만원짜리 원룸으로 불법개조 된 상가주택이다. 

주방과 화장실, 방은 한 발짝 차이로 구분되어 있고 위생상태는 엉망이다. 4식구가 여기서 생활한지 벌써 4년째다.

적은 임금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맞벌이를 해도 집을 늘려 나갈 엄두는커녕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자신의 독립된 주거공간을 제대로 가지지 못한 채 온 식구가 함께 생활하는 이른바 ‘주거빈곤’에 처해져 있는 아동의 수는 전국적으로 94만명(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이르고 시흥시엔 8천100여명이 아동주거빈곤에 처해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정왕본동의 경우 10가구 중 7가구(69.4%,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가 아동주거빈곤 가구로 조사돼 전국 3500여개 읍면동중 1위로 가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이 노인 14.5%, 청년 14.6%, 아동 11.6%임에도 노인과 청년 주거 문제 해결에 정부 정책이 집중돼 있는 반면 아동주거빈곤 문제에 관한 연구와 정책은 전무한 실정으로 이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열악한 주거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증과 같은 정신 건강과 학업·안전·생명도 함께 위협한다.

미국의 경우 1985년부터 1997년 사이 연평균 2800명의 아동이 주거 관련 사고로 사망했고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주거빈곤 가구의 20.6%(통계청, 사회조사)가 자살충동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이는 주거빈곤에 처한 노인(10.8%)과 청년(12.8%)들이 느끼는 자살충동 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아동주거빈곤 가구가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현재로선 아동주거빈곤을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2011에서 2015년 사이 주택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했고 월세 가격도 함께 폭등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조사결과 전체 임차가구 저소득 1분위의 소득대비주거비부담(RIR:Rent to Income Ratio)은 50% 전후로 한 달에 100만원을 벌면 50만원을 주거비로 쓰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아동주거빈곤 가구는 주거비 과부담의 문제로 사춘기 아이들의 식비를 줄여 주거비에 충당해야 하는 또 다른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현재의 소득 수준이 상승하는 임차료를 따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동주거빈곤 가구가 방을 하나 더 늘려 주거빈곤에서 해방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이런 문제들과 관련하여 지난 8일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정왕종합사회복지관에서 ‘정왕지역 아동주거권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시흥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시흥시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주최하고 시흥시주거복지센터, 정왕종합사회복지관이 주관했다. 토론의 좌장은 손현미 정왕종합사회복지관장이 맡았다. 

토론에서 기조발표를 맡은 한국도시연구소 최은영 박사는 “현재 청년과 신혼부부 등의 주거문제에 대해서는 많이 이야기들 하지만 아동주거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며 “아동주거권 문제는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주거빈곤의 문제가 건강, 위생, 정서문제 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실정” 이라면서 “우리사회가 어떤 부분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 놓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와 패널들은 주거문제 중 아동주거빈곤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보편적인 아동 주거 복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 대상 범위를 확대하고 공공임대주택 공급확대 및 입주 가구의 소득에 따른 적정한 수준의 주거비 부담과 아동주거빈곤 밀집 지역에 대한 사회경제적 자원의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모두의 도시권 실현을 위한 사회주택, 공원, 놀이터, 도서관, 체육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 공유재의 확대를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지역사회를 만들자는 해법도 제시했다.

시흥시주거복지센터 차선화 센터장은 “미래세대인 아이들의 삶이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위태로워지는 것을 막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면서 “아동 중심(child centered)의 주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흥시 주택과 양민호 팀장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노인, 청년 등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온 면이 있고 정작 건강한 유소년 기를 보내야 할 아동들의 주거권에는 소홀했다” 면서 “아동들이 밝고 건강한 주거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정왕본동 주민자치위원회 안기호 위원장도 “아동주거빈곤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및 현장방문이 중요하고 정왕본동에 만연하고 있는 불법개조 주택에 대한 강력한 행정적 조치와 아동빈곤주거권 관련 기금조성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주거상향이나 주거비 지원과 같은 정책과 동시에 부모들의 의식 변화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왕동 거주 권모씨는 “집을 수리해주고 10평에서 20평으로 넓혀 가도 가정의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 부모들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제도적으로 원룸에 아동가구가 거주하지 못하게 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정왕본동 이석현 동장은 “아동이 사는 가구는 원룸에서 거주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만들고 투룸 이상에게 살 수 있도록 임대료를 지원해 주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토론 말미엔 안타까운 호소도 있었다. 지난 2008년 북한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장모씨는 “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데 올 10월 전세만기가 돌아온다.” 며 “정왕동에 계속 살고 싶은데 전세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울먹였다. 

관련하여 토론에 참석한 주민들은 “정부나 지자체, 기관(주택공사 등)들이 전세임대지원만을 해주기 때문에 대부분이 월세인 정왕동에서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차라리 월세 임대료를 지원 해주는 형태(아동주거빈곤 수당 등)로 바꿔야 한다.” 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엔 김순택 자유한국당 시흥을 당협위원장, 최재백, 임병택 도의원과 김영철, 홍원상 시의원, 이충목 시흥시 도시교통국장 등이 참석해 아동주거권 토론에 관한 의견을 밝혔다. 

한편 지역에선 "정부와 지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정책적 변환을 가져야할 시점" 이라면서 "집단적 아동주거빈곤 상태가 발생하고 있는 시흥시에서 선도적인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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