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 경기도가 지난해 20년 만에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에서 5,588억 원을 끌어다 썼지만, 올해 상당수 민생·필수사업의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필요한 상황으로, 현 재정구조를 방치할 경우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5일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경기도는 새로운 공약사업을 추진하기는커녕 이미 진행 중인 사업조차 온전히 유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며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다.
추 지사는 “민선8기에서 예산 부족을 이유로 상당수 민생사업과 필수사업의 올해 예산을 12개월이 아닌 9개월분만 편성했다”며 “취임 직후에야 구체적인 재정 실상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시간이 흐른다고 재정 상황이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며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불과 2~3년 뒤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또다시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년 만에 지방채 발행…한도 99.6% 채워
경기도는 2025년 한 해 동안 세 차례에 걸쳐 약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지방채 발행 한도인 9,460억 원의 99.6%에 달하는 규모다.
경기도가 지방채를 발행한 것은 20년 만이다.
지방채 발행만으로 재원이 부족해지자 각종 기금도 일반회계 등에 투입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5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개정한 뒤 세 차례의 추경을 통해 각종 기금에 있던 약 5,588억 원을 통합계정을 거쳐 일반회계 등으로 가져다 사용했다.
남북교류와 평화협력 사업을 위해 조성한 남북협력기금의 경우 384억 원 가운데 340억 원이 통합계정으로 이전돼 현재 44억 원만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추 지사는 “지방채를 발행하고 각종 기금까지 끌어다 쓰며 당장의 위기를 넘겼지만, 그렇게 하고도 올해 예산조차 온전히 편성하지 못했다”며 “미완의 미생 예산”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기금의 목적에 맞는 사업과 미래 위기에 대비해야 할 가용재원까지 사실상 소진했다”며 “더 이상 끌어다 쓸 재원도, 위기를 미룰 여력도 남아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노인요양·학교급식·산후조리비 등 3개월치 예산 없어
재정 부족은 민생사업 예산 미편성으로 이어졌다.
경기도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 약 1,234억 원, 소아응급 책임의료기관 육성 약 10억 원, 친환경 우수 농축산물 학교급식 지원 약 34억 원, 산후조리비 지원 약 80억 원 등의 예산이 부족한 상태다.
도교육청 유·초·중·고교 급식비 지원과 가족돌봄수당, 농작물재해보험 가입 지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 지원 등도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지 못했다.
추 지사는 “지방채와 기금으로 당장의 위기를 가렸지만 그 대가는 민생예산의 부실로 이어졌다”며 “조금이라도 일찍 재정 상황을 공개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예산담당부서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약 7,700억 원 규모의 감액 추경이 필요한 상황이다.
취득세 3조 감소…쓸 수 있는 자체 재원은 3조5천억
경기도는 이번 재정위기가 일시적인 세수 부족이 아니라 세입과 세출의 구조적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전체 예산은 약 41조7천억 원이지만 도가 정책적 판단에 따라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은 약 3조5천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복지사업과 국비 매칭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등 사용처와 부담 규모가 이미 정해져 있는 예산이다.
세입구조도 부동산 거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서울시는 개인·법인 지방소득세 등 비교적 안정적인 세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경기도 본청에는 지방소득세가 없다. 경기도는 보통교부세를 받지 못하는 불교부단체이면서 전체 도세의 절반 이상을 취득세에 의존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3조 원가량 줄었다.
3기 신도시 개발에 따른 취득세 수입도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개발 방식 등으로 당초 6,500억 원으로 예상됐던 취득세 수입은 약 2,3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경기도는 보고 있다.
반면 신도시 조성에 따른 교통과 소방, 복지, 기반시설 확충 비용은 경기도가 부담해야 한다.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경기도가 전력과 용수, 교통망 확충에 투자해도 기업활동으로 발생하는 법인지방소득세는 시·군에 귀속된다. 기반시설 투자를 주도한 경기도는 관련 세수를 직접 확보하지 못하는 구조다.
복지예산 49%…고령인구 증가도 재정 압박
세입은 줄어드는 반면 복지와 의무지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복지예산은 전체 예산의 약 49%를 차지한다. 현재와 같은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머지않아 전체 예산의 60%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경기도의 전망이다.
2022년 이후 경기도 전체 인구는 약 30만 명 늘었지만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약 60만 명 증가했다.
최근 5년간 경기도의 고령인구 증가율은 연평균 6.8%로 전국 평균 5.4%보다 높다.
추 지사는 “대규모 인구 유입과 고령화로 복지수요가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의 세입과 세출 구조를 방치하면 재정위기는 해마다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 경비 삭감·낭비성 행사 중단
추 지사는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4대 재정 정상화 방안도 발표했다.
먼저 도지사와 고위공직자의 업무 경비를 삭감하고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일회성·선심성 행사와 불요불급한 사업은 즉시 중단하거나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관행적으로 반복돼 온 연구용역과 민간위탁, 대행사업도 타당성과 효과를 재평가해 추진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도지사 직속 참모조직과 도청 실·국,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도 재정비한다. 부서와 기관 사이의 칸막이를 없애고 사업의 필요성과 성과, 중복 여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취득세 중심의 세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소비세 확충과 기업 유치에 따른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과도한 지방비 부담 개선 등을 정부와 국회에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재정위기를 이유로 취약계층과 필수 민생사업을 포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추 지사는 “도민의 생명과 안전, 취약계층 보호 등 반드시 확보해야 할 예산은 끝까지 지키겠다”며 “불필요한 곳에서 먼저 줄이고 더 큰 책임이 있는 곳에서 더 많이 감당하는 공정한 재정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어려움을 미래 세대의 빚으로 넘기지 않고 더 나은 경기도를 위한 새로운 전환점으로 만들겠다”며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의 협력을 요청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