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동보호 정책의 방향에 대하여

2021.12.30 21:03:42

[글:허범석/시흥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관리팀장] 최근 의류수거함에 갓난아기를 버린 친모가 과거에는 다른 두 아들을 방치해 아동학대로 검찰에 송치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나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와 같은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민들은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학대행위자와 피해아동이 즉시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안타까워한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학대행위자 중 82.1%가 부모로, 아동학대는 가정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굿네이버스에서 발간한 2020 코로나 19와 아동의 삶_아동 재난대응 실태 조사에 비추어 보면 코로나19의 지속세로 아이들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가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례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달리 말하면 아동학대가 발생했을 때 이를 외부에 알릴 자기 보호 능력이 부재한 영⦁유아, 장애아동들의 경우 가정 내 조력자가 없을 경우 아동학대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매우 취약한 상황임을 의미한다.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접하는 사건들이 대부분 사망 사건 혹은 그에 준하는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코로나19의 지속세와 아동학대 사건의 지속적인 발생은 자기보호능력이 부재한 아이들에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아동학대 감소를 위해 다음의 내용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부모교육의 의무화이다. 지난 1월, 62년 간 유지되었던 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며 더 이상 자녀를 훈육할 때 체벌을 하는 등의 행위는 법으로 금지되었다.  많은 부모는 훈육을 위해 하는 체벌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훈육 차원에서 아이를 체벌하는 행위 또한 정당화 될 수 없음을 많은 부모가 아는 것이 필요하다. 사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이라는 형태로 표현될 수 없다. 

아이가 부모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엄마를 때리지 않듯이 부모 또한 사랑의 표현을 폭력이 아닌 아이의 특성에 맞는 양육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부모교육의 의무화가 필요하다.

둘째. 아동학대에 대한 사법기관의 인식 변화이다. 2020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결정된 피해아동보호명령 중 510건이 아동보호전문기관장의 청구였으며 판사 직권으로 결정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했다. 

물론 최초 아동학대 발생 시 아동의 안전한 보호를 위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청구하는 비율이 높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사건 내용 전체를 확인할 수 있고 학대행위자의 변화 여부까지 확인이 가능한 판사 직권에 의한 피해아동보호명령 결정 건수가 적다는 것은 아직 사법기관에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분리보호 및 학대행위자의 처분에 관대한 것으로 생각된다. 

2020년 한해 전체 11,209건(36.2%)의 아동학대 판단사례가 사건 사건처리가 진행되었고 해당 사건 중 2,600건 만이 법원 판결을 받아 이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8% 정도에 불과하여 사법 기관의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변화가 꼭 필요하다.

셋째. 아동보호전문기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지난 1월과 3월 보건복지부는 ‘현장 중심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 추진’과 ‘아동학대 대응체계 강화방안 이행계획 제2차 점검회의’에서 아동학대 현장 대응 인력의 이행력과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정책을 마련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다년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처우 개선 사항은 포함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2020년 기준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의 이직률은 34.4%였으며 2021년 6월 20일 기준 평균 근속기간은 3.3년 밖에 되지 않아 아동학대 대응력 제고를 위해서라도 현장에서 근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에 대한 처우개선 및 사례관리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인프라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수년 간 아동학대와 관련한 자극적인 기사들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지만 아동학대 영역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으로 보다 더 나은 우리가 되어 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아동학대가 없는 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바뀌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시흥타임즈 기자 est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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