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타임즈=글쓴이: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위원 조은주]

청년정책 발전사에서 시흥이 자주 회자되는 이유는 청년들이 직접 주민청구로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를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조례 제정 이후 전달체계를 만들어나감에 있어, 별도의 중간지원조직을 두지 않고, 직접 시청 내에 전문인력인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과 기간제 청년매니저를 고용하는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역 내 청년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인재를 내부적으로 육성하는 ‘내발적 발전전략’으로 청년에 대한 개념조차 생소한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했다. 

2016년 1월 7일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가 제정·공포된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조례가 제정되었다는 기쁨보다는 조례에 담긴 조항 하나 하나의 의미를 잘 알고 있기에 이를 제대로 구현해야만 한다는 압박이 더 크게 다가왔다. 

시흥시 정책기획단을 담당하는 역할로 시간선택제 임기제로 들어가, 시흥청년아티스트를 구성·운영하고,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 제정을 청년들과 함께 호흡하며 이뤄왔다 하더라도, 결국 그 다음 스탭을 밟기 위해서는 ‘청년정책을 함께 지원하는 전담인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당시 수차례의 논의 끝에 ‘한 마을에 활동가 한 명을 키워내는 일이 벼락 맞는 일보다 쉽지 않다.’는 말과 함께 계속 외부에서 수혈하듯이 외부 전문가에 의존하기보다는 내부적으로 역량 있는 주체를 키우자는 쪽으로 목소리가 모아졌다. 

기간제 근로자 고용을 통해 청년정책을 전달하는 전문 인력을 키워나감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은 기간제 근로자의 호칭, 처우, 권한 등의 문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고용 기간의 문제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동안 기간제 근로자는 호칭이, ‘~씨’, ‘여사님’, ‘선생님’ 등으로 그야말로 부르는 사람 마음대로 불렸다는 점이었다. 

우선, 빠르게 바꿀 수 있는 호칭에서부터 ‘기간제 근로자’가 아닌 ‘청년매니저’로 하기로 결정하고, 생활임금 도입, 업무의 복잡성 및 전문성을 고려한 임금체계 조정 등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자는 합의에 이른다.

한 명의 ‘청년매니저’를 고용하는데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확인하는 내용은 상당했다. 지난한 진통 끝에 채용 절차를 통해 ‘시흥시 제1호 청년매니저’로 선발된 청년이 바로 현재 청년청소년과에 근무하고 있는 신재윤 주무관이었다.

당시 ‘청년당사자’로서도 시흥청년아티스트 활동을 하며, 타 지역에서 조례 서명 운동에 대한 강의를 요청할 정도로 잘 나갔던 청년활동가가 왜 ‘청년 당사자’의 삶을 지우고, ‘지원자’의 삶을 택했을까? 

Q. 주민청구 방식으로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 제정에 큰 역할을 한 시흥청년아티스트 청년활동가에서 ‘청년매니저’로서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청년활동을 하면서 ‘성장’에 대한 포인트 지점과 또래 청년들이랑 함께 활동하면서 느낀 ‘효능감’을 더 많은 청년들에게 나눠주고 싶었어요. 조례 제정 이후에, 조금 이라도 익숙하고 활동을 먼저 경험한 제가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당시, 진로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던 때였는데요.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 제정운동과 조례 공포 이후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많았었어요. 조례를 만들었던 당사자로서의 책임감이 매우 컸던 것 같아요. 조례에 담긴 내용 하나 하나를 실무자로 풀어내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작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흥시 청년 기본 조례 주민청구 제정운동 당시 서명운동을 펼치는 모습 (사진제공 : 조은주)

Q. 민선6기 당시 시흥시 기획평가담당관 정책팀에 ‘제1호 청년매니저’로 근무하면서 어떤 일을 담당했나요? 

“제가 2016년 9월 초에 입사해서, 2017년 12월 말까지 근무했는데요. 정말 많은 일을 한 것 같습니다. 당시 처음으로 구성되었던 청년정책협의체를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했고, ‘100인의 유관순이 되어주세요!’라는 프로젝트를 협의체와 함께 기획하여, 삼일절 행사를 추진했어요. 이후 노동인권분과를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산시켜나가는 시점이었는데, 청년학교 운영에 있어 현장지원을 많이 나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예비 청년인 고3 청년들을 위해 청년정책을 알리고, 수능시험을 치르느라 고생한 수험생 분들에게 힐링 콘서트를 기획해서 지원하는 등 청년정책을 더 많은 청년들이 알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데 집중한 것 같아요.”

“그 외에도 주요한 업무 중에 하나는 ‘청년활력공간’을 발굴하고 협약을 맺는 활동도 있었고, 2017년 팔팔한 청년주간을 준비할 당시, 다양한 시흥청년커뮤니티와 소통하며 네트워킹 하는 업무를 담당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흥시청년정책협의체 분과회의를 지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월곶동 책한송이)

Q. 청년지원 업무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일과 그 이유를 말씀해주세요.

"저는 함께 무언가 한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는 스타일 같아요. 팔팔한 청년주간을 다양한 청년단체와 같이 아이디어를 내고, 힘들더라도 같이 행사 공간을 구성하고, 운영했던 일이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제가 시흥청년아티스트 활동을 했을 당시 청년당사자로 팔팔한 청년주간을 같이 기획하고 참여했었고, 청년매니저가 된 이후에도 청년과 시정을 잇는 네트워커(Networker)로 팔팔한 청년주간 행사를 우리 지역의 다양한 청년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하며 운영했던 경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팔팔한 청년주간 행사가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이지만, 청년과 지역이라는 키워드로 각각 활동을 영위했던 청년단체들이 이날 만큼은 유대감과 연대감을 갖고 활동했던 청년주간이기에 저에게는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쉽게 만나지 못했던 청년들이 청년주간을 통해 만나서, 개별 활동으로 청년활동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느슨한 연대’의 지점을 만들어나가는 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팔팔한 청년주간 행사 이후, 청년들이 진단한 ‘청년문제 처방전’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모습 (사진제공 : 조은주)

Q. 시흥시 제1호 청년매니저로서 다양한 영역에서 청년매니저들이 고용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주었는데, 스스로는 ‘청년매니저’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요?

“청년매니저는 행정에 소속되어 있지만,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청년들과 소통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들의 삶에 청년정책이 더 가닿을 수 있도록 청년들이 사용하는 일상의 언어로 정책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할까요?”

”예를 들어 청년들이 필요로 하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단순히 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예산을 집행하는 역할 외에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년들을 환대해주고, 조금이라도 불편함이 없도록 찾아오는 길 안내, 수업을 받는 환경 체크 등을 신경 써서 챙겨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행정을 딱딱하게 받아들이지 않도록 매개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바로 청년매니저들인 것 같아요.”

Q. 앞으로 시흥시 청년정책 전달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과정에서 ‘청년매니저’는 향후 어떤 역할을 담당해야한다고 생각하나요?

“청년정책 영역이 개념도 정립이 되고, 사업 등이 확대된 만큼 수많은 사업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청년매니저’가 현장에서 청년들과 청년정책을 연결해주는 역할이 앞으로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청년정책 전달체계가 구축된다고 했을 때, 청년공간을 기반으로 청년정책의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는데, 청년과 정책을 잇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청년매니저를 배치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청년매니저에서 지금은 시간선택제 임기제로 공무원이 되었는데, 청년매니저의 역할과 차이점은 무엇이며, 향후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싶나요?

"청년매니저는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 신분이기 때문에, 행정과 완전히 긴밀하게 움직인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시간선택제 임기제 공무원은 행정 체계에서 법을 근거로 움직이는 사람이기 때문에 청년매니저와는 좀 다른 역할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듭니다."

"모든 행동에 논리와 논거가 실려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법을 기반으로 집행하는 역할로 포지셔닝이 달라지면서 청년고용촉진법, 청년기본법 등 법률 내용을 조례 제정 운동을 할 때보다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것,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제 인생의 목표인데요. 저는 청년들도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를 경험해봤으면 좋겠어요. 청년정책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공간은 청년들이 같은 지역에 같은 또래(청년)로 살아간다는 유감을 형성할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청년활동공간에서 청년들이 안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서로 공동의 경험을 통해 유대감을 만들어나가는데 지원자로 역할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습니다." 

▲공무원이 된 이후에도 주말 청년커뮤니티와 공동체 활동을 이어나가는 모습(사진제공 : 조은주)

Q. 청년의 삶에 든든한 지원군으로서 역할을 꿈꾸며, 청년매니저가 되거나 혹은 공무원을 꿈꾸는 ‘청년 당사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삶의 방향과 목적이 어떻게 청년정책과 연결되었는지를 정리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청년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하는데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정리되어 있지 않다면, 청년정책은 새로운 영역이고, 청년정책 전달체계의 모델이 정립되어가는 과정에서 있기 때문에 지원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청년정책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삶의 목표와 결이 어느 정도 맞아서, 청년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진정성을 담아서 청년에게 정책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 없이 그냥 주어진 역할로써만 받아드리는 것은 본인에게도 청년에게도 좋지 않을 것 같아요."

‘시흥시 제1호 청년매니저’이자 지금은 ‘청년활동공간을 지원하는 시간선택제임기제 공무원’으로 거듭나고 있는 신재윤 주무관은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도 본인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진중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삶의 중심성을 ‘지역’과 ‘청년’에 두고 끊임없이 청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그의 모습에서 청년에게 정책이 진정성 있게 가닿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흥시 청년정책은 법제도 기반을 만들었던 ‘형성기’를 넘어, 청년들을 위한 자치·자립·자생의 생태계를 만들었던 ‘안착기’를 지나, 새로운 전환을 도모하는 ‘변화모색기’에 와있다. 

중앙-광역-기초 단위의 광범위한 청년정책이 펼쳐지는 가운데, 청년이 필요로 할 때, 적합한 청년정책을 연결해줄 수 있는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일이 큰 과제로 남아있다. 이 시점에서 청년정책의 매개 역할을 할 ‘전문 인력’이 있다는 점은 시흥시가 청년정책 전달체계를 구축하는데 큰 자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행기 청년들이 고립되거나 의존상태를 벗어나 사회와 연결된 독립상태’에 이르게 하기 위해서는 청년이면 누구나 언제든 쉽고, 편하게 정책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의 삶과 여정에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전담인력들이 자율성과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청년정책 전달체계를 구축해나감에 있어, ‘시흥시 제1호 청년매니저’였던 신재윤 주무관을 비롯하여, 전통시장,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등에서 지역과 청년의 삶을 잇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수많은 무명씨, ‘청년매니저’들의 고민과 과제에 다시 주목해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