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 신경과 외래를 통해 내원하신 60대 여성 환자분도 비슷한 질문을 주셨어요. “신경외과 선생님이 MRI랑 MRA 찍으라고 하던데, 두 개 다 해야 하나요?”
머리가 멍하고 욱씬거리고, 자주 어지럽다고 하셔서 정밀 검사를 권유받으신 분이셨죠. 설명을 드리자 고개는 끄덕이셨지만, 그 눈빛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었습니다.
30년 가까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그중 20여년을 MRI실에서 일하며 참 많이 들은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많은 분들이 헷갈려하시는 뇌 MRI와 MRA의 차이, 그리고 언제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쉽게 설명드려볼까 합니다.
뇌 MRI는 ‘뇌의 구조’를 보는 검사입니다.
MRI는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약자입니다. 강한 자기장과 전자기파를 이용해 인체 내부를 정밀하게 촬영하는 검사로, 특히 뇌의 구조적 이상을 보는 데 탁월하죠.
뇌 MRI로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질환은 다음과 같습니다.
✅ 뇌종양
✅ 뇌출혈
✅ 초기 뇌경색
✅ 치매와 관련된 뇌 위축
뇌 MRI는 보통 조영제 없이도 가능하며, 뇌의 단면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 정밀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말이 자꾸 꼬이고 물건을 자주 떨어뜨린다”고 오신 70대 어르신의 경우, MRI 검사에서 초기 뇌경색 소견이 확인되어 빠르게 치료에 들어갈 수 있었죠. 뇌 질환은 조기 발견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이때 MRI가 정말 큰 역할을 합니다.
뇌 MRA는 ‘뇌혈관 상태’를 보는 검사입니다.
MRA는 *자기공명혈관조영술(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의 약자입니다. MRI와 같은 장비를 사용하지만, 혈관만을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뇌 MRA로 확인할 수 있는 주요 이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뇌혈관 협착(좁아진 혈관)
✅ 뇌동맥류(풍선처럼 부푼 혈관)
✅ 혈관 기형(AVM 등)
한 번은 건강검진을 하기위해 우리병원을 방문하실 지인분께 오신김에 뇌MRA 검사를 한번 받아보시라 했는데 검사당일 그분의 뇌에서 4mm 크기의 동맥류가 발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아무 증상도 없던 지인이었기에, 조기 발견이 더 큰 의미가 있었죠. 그 후 그 지인분을 만날때마다 감사인사를 듣습니다.
그 분의 말처럼, “내 인생을 바꾼 검사”가 될 수도 있는 것이 MRA입니다.
그럼 둘 중에 뭘 찍어야 하나요?
MRI도 MRA도 고가의 정밀 검사이다 보니 무턱대고 찍기보다는 전문의의 판단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엔 검사 필요성이 높습니다
MRI/MRA 검사가 필요한 대표적인 경우
✅ 반복되는 두통, 어지럼증
✅ 말이 어눌하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 시야가 흐려지거나 순간적인 의식 저하
✅ 뇌졸중이나 뇌동맥류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 고혈압, 당뇨병, 흡연 등 혈관질환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
보통은 **MRI + MRA + 확산강조영상(DWI, 급성뇌경색 확인)**을 패키지로 권유드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가지를 함께 시행하면 뇌조직과 혈관 상태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어 진단의 정확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결론: 내 머릿속, 한 번쯤 점검해보세요
환자분들이 MRI 검사실에 들어가실 때마다 저는 속으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부디 이 환자분에게도 아무 이상이 없으시기를...” 그 짧은 20~30분이, 누군가에겐 삶을 바꾸는 결정적인 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은 미루는 게 아닙니다. 특히 뇌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에 더욱 그렇죠.
“내 머릿속은 괜찮을까?”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센트럴병원 영상의학팀장 정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