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경민] "나는 커피를 마신다, 고로 존재한다" 철학은 어디로 갔는가 철학은 한때 모든 학문의 어머니였다. 오늘날 수학과 물리학, 정치학, 심리학, 윤리학으로 나뉜 질문들도 처음에는 철학의 영역 안에 있었다. 철학자는 자연의 원리를 탐구하고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며, 정의로운 사회의 조건을 고민했다. 그러나 학문이 세분화되면서 철학이 품고 있던 질문들은 각자의 전공으로 독립했다. 자연철학은 물리학과 생물학으로 발전했고, 인간 정신에 관한 탐구는 심리학과 인지과학으로 분화됐다. 이 장면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을 떠올리게 한다. 리어왕이 나라를 딸들에게 나눠준 뒤 권력과 자리를 잃었듯, 철학도 자신의 지식과 질문을 여러 학문에 나눠주고 중심에서 물러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왕좌에서 내려왔다고 해서 왕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철학은 여전히 모든 학문의 밑바닥에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학이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한다면, 철학은 우리가 왜 그것을 알아야 하는지를 묻는다. 기술이 더 빠르고 편리한 방법을 제시한다면, 철학은 그 편리함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질문한다. 철학은 하나의 전공이기 이전에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다. 오
[편집자 주] 시흥타임즈는 안광일 건축사사무소 오막 소장과 함께 시흥의 역사와 도시 형성 과정,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는 기획 연재 ‘시흥, 도시읽기’를 시작한다. 연재는 총 3부, 10편으로 구성된다. 1부. 도시의 역사를 읽다. ① 수도권의 변경, 시흥- 시흥의 행정구역 변천사, 수도권의 확장 속에 시흥의 위치② 소사면과 소래면 - 경인시가지계획이 가른 소사면과 소래면의 운명③ 지적도에 남겨진 뱀내장터(우시장)의 흔적- 지도에서 옛 흔적 찾기 ② 소사면과 소래면 [글: 안광일 건축사사무소 오막 소장·우리동네연구소 운영위원] 경인시가지계획이 가른 소사면과 소래면의 운명 누군가 시흥시민들에게 시흥의 중심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아마 여러 개의 답이 돌아올 것이다. 어떤 사람은 시청이 있는 장현동을, 어떤 사람은 정왕동을, 또 어떤 사람은 신천·대야동을 떠올릴 것이다. 하나의 도시 안에서 중심지가 여러 곳으로 인식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보통 하나의 도시는 시청이나 번화가가 위치한 중심지를 축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시흥은 조금 다르다. 현재 시청이 위치한 장현동은 1997년 시청이 이전한 뒤에야 주변 개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
[글: 김경민] 나는 음악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의 구조나 작곡 기법을 설명할 만큼 전문적인 지식도 없다. 오랫동안 내게 음악은 좋은 멜로디와 분위기, 마음에 남는 한 장면에 가까웠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도 그렇게 만났다. 어느 영화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낮고 깊은 피아노 화음과 천천히 밀려오는 오케스트라의 울림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았다. 곡을 제대로 들어보고 싶어 음악감상실을 찾아 진공관 앰프로 몇 차례 반복해 들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들을수록 이 음악이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낮은 피아노 화음이 문을 열고, 오케스트라가 세계를 확장한다. 선율은 긴장과 완화를 반복하고, 마지막에는 지나온 시간 전체가 하나의 여운으로 남는다. 그때 알게 됐다. 협주곡은 긴 소리의 나열이 아니라 시작과 전개, 절정과 결말을 가진 하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좋은 커피도 이와 닮았다. 커피는 처음부터 정확한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잔에서 올라오는 향과 첫 모금의 온도, 입안에서 열리는 맛, 마신 뒤에도 남는 감각이 먼저 다가온다. 산미와 단맛, 질감과 여운을 구분해 말하는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라
[시흥타임즈=박경애 문화예술 전문기자] 전통연희단 꼭두쇠가 창작연희극 「미얄뎐」을 통해 복음자리 마을 설립 50주년의 의미를 무대 위에 되살린다. 공연은 오는 7월 24일 오후 7시 30분 시흥시청 늠내홀에서 열린다. ▶[관련기사: 복음자리 마을 50주년, 창작연희극 「미얄뎐」으로 되살아난다] 1976년 서울 양평동 판자촌에서 쫓겨난 철거민 170세대가 시흥시 신천동에 새롭게 터를 잡으며 세운 복음자리 마을은 국내 최초의 자조적 주거공동체로 꼽힌다. 도시빈민운동가 제정구 선생과 정일우 신부가 주민들과 함께 일군 이 마을은 가난 속에서도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 ‘비빔밥 공동체’로 불려왔다. 꼭두쇠는 복음자리 마을의 지난 50년을 전통 가면극 속 인물인 ‘미얄’의 여정에 빗대어 무대에 옮겼다. 시흥타임즈는 꼭두쇠를 이끄는 젊은 대표 김관형 씨와 꼭두쇠 창단자이자 이번 작품의 극본과 연출을 맡은 원로 예술인 김원민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만나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다. 버려진 여인, 이야기를 이끄는 존재가 되다 전통 가면극에서 미얄은 대개 남편에게 버림받고 끝내 죽임을 당하는 수동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나 꼭두쇠는 이러한 미얄의 모습을
[편집자 주] 시흥타임즈는 안광일 건축사사무소 오막 소장과 함께 시흥의 역사와 도시 형성 과정,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살펴보는 기획 연재 ‘시흥, 도시읽기’를 시작한다. 연재는 총 3부, 10편으로 구성된다. 1부. 도시의 역사를 읽다. ① 수도권의 변경, 시흥- 시흥의 행정구역 변천사, 수도권의 확장 속에 시흥의 위치② 소사면과 소래면 - 경인공업지역 편입이 가른 소사면과 소래면의 운명③ 지적도에 남겨진 뱀내장터(우시장)의 흔적- 지도에서 옛 흔적 찾기 ① 수도권의 변경, 시흥 [글: 안광일 건축사사무소 오막 소장·우리동네연구소 운영위원] 시흥이 아닌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시흥시'는 흔히 수도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신도시 정도로 인식되지 않을까. 하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시흥은 굉장히 흥미로운 도시다. 보통 시가지의 중심에는 도심이 자리잡기 마련이지만, 시흥은 한가운데 호조벌이라는 벌판이 있고 그 벌판을 중심으로 주거지가 빙 둘러 펼쳐져 있다. 서쪽으로는 갯골을 거쳐 서해와 맞닿고, 남쪽에는 시화산업단지가 있으며, 북쪽으로는 부천·인천, 동쪽으로는 안양·광명 등 주요 도시들과 접해 있다. 수도권에서는 흔치 않게 바다와 농업, 산업단지가 한 도시 안에
[글: 김경민] "커피는 지적인 음료이고, 카페는 사유의 공간이다" 어느 방송에서 카페를 두고 흥미로운 해석을 한 적이 있다. “카페는 현대판 툇마루”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벼운 비유처럼 들리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은 현대사회에서 카페가 가진 본질을 꽤 정확하게 짚고 있다. 과거의 툇마루는 집 안과 밖의 경계에 놓인 공간이었다. 완전히 사적인 방도 아니고, 완전히 공적인 거리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툇마루에 앉아 바람을 쐬고, 지나가는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동네 소식을 들었다. 농사 이야기, 집안 이야기, 날씨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가 그곳에서 오갔다. 툇마루는 거대한 담론의 장소는 아니었지만, 사람과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활의 자리였다. 인간은 말하는 존재다. 말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다. 사람은 말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이 세계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말하지 못하면 생각은 안에 갇히고, 표현하지 못한 감정은 굳어진다. 그러나 아파트 시대가 되면서 툇마루의 문화는 점점 사라졌다. 집은 더 안전하고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더 닫힌 공간이 되었다. 문을 닫으면 이웃의 얼굴을 보기 어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2026년 7월 9일, 안현교차로가 또 잠겼다. 침수로 고립된 차량에서 사람이 구조됐고, 도로는 통제됐다. 집중호우 때문이라는 설명은 틀리지 않다. 그러나 같은 장소가 거의 해마다 반복해서 침수된다면 이제는 비의 양만 탓할 일이 아니다. 안현교차로는 2018년과 2019년에도 침수됐고, 2022년에는 차량이 물에 잠기고 도로가 통제됐다. 이후 구거와 암거를 정비하고 펌프도 보강했다. 그런데도 다시 물에 잠겼다. 이쯤 되면 교차로 주변의 개별 시설만 볼 것이 아니라, 이 일대의 물길 자체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살펴봐야 한다. 은계지구 개발 전 이 일대에는 임야와 농경지가 많았다.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들거나 논밭에 머물렀다가 천천히 흘렀다. 하지만 아파트와 도로, 상가와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토지는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덮였다. 불투수면이 늘어난 만큼 땅으로 스며드는 물은 줄고, 도로와 우수관을 통해 흘러가는 물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짧은 시간에 특정 지점으로 집중되는 최대 유출량, 즉 첨두유량도 커졌을 수 있다. 물론 은계지구 개발이 안현교차로 침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발 이후 침수가 반복
[글: 김경민] 커피업계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바리스타는 로스터가 되고 싶고, 로스터는 커피 농장주가 되고 싶어 한다.” 처음에는 직업적 성장에 관한 말처럼 들린다. 바리스타가 로스팅을 배우고, 로스터가 더 큰 사업을 위해 농장을 꿈꾼다는 뜻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말 안에는 단순한 직업 이동을 넘어선 욕망이 있다. 눈앞의 결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 결과가 시작된 곳으로 돌아가려는 마음이다. 바리스타는 완성된 원두를 한 잔의 커피로 표현한다. 물의 온도와 분쇄도, 추출 시간과 비율을 조절하며 커피가 손님에게 도달하기 전 마지막 순간을 책임진다. 그러나 커피를 오래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묻게 된다. “이 원두는 왜 이런 맛을 내는가.”“어떻게 볶였기에 이런 향과 단맛이 나타나는가.” 그 질문이 바리스타를 로스팅의 세계로 이끈다. 로스터는 생두에 열을 가해 그 안에 숨어 있는 향과 맛을 드러내는 사람이다. 같은 생두라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커피가 된다. 어떤 로스터는 꽃과 과일의 향을 살리고, 어떤 로스터는 단맛과 묵직한 질감을 강조한다. 그래서 로스팅은 단순한 열처리가 아니다. 생두를 읽고, 그 가능성을 발견해 하나의 향미로 표현하는 해석의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