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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만일 내일 새벽 시흥시에서 우리 아이가 갑자기 고열증세에 시달려 응급실을 가야한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글: 서성민 변호사] ‘응급실 뺑뺑이’ 소아의료환자가 발생한 위급한 상황에서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탄 상태로 여기 저기 지역을 넘나들며 병원을 찾아다니는 상황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응급치료에관한법률(이하, ‘응급의료법’) 등 법률로서 응급환자에 대하여 국가와 지자체가 어떠한 대비를 하고, 대처를 해야 하는지를 정하여두고 있음에도 최근까지 소아응급환자에 대하여 각 응급의료기관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하여 사망에 이르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소아응급의료체계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2023. 3. 경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7살 여학생이 응급실을 찾아 다니다 구급차에서 숨진 이른바 '대구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있었고, 어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영된 정욱이는 2023. 5. 경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의료 인프라를 갖춘 서울에서 9곳 이상의 병원에서 진료 및 입원거절을 당한 뒤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데, 조기에 의료조치를 하면 치료하기 어렵지도 않은 ‘크룹’이라 불리는 급성 폐쇄성 후두염으로 인한 질식사였음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또한, 방송중 취재과정에서 만난 많은 부모와 아동들이 세종시 등 다른 지역에서 서울 등 다른 지역까지 응급실을 찾아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이게 진짜 대한민국의 현실이 맞는지를 의심케 하였습니다. 

이른바 ‘소아과 의료대란’, ‘응급실 뺑뺑이’등으로 불리는 소아응급의료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우리는 매우 쉽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동을 양육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소아과진료를 위해 어떻게 병원대기를 해야 하는지, 새벽에 아동이 아플 경우에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당장, 만일 우리의 아이가 새벽에 고열이 나서 소아경련증상이 생겨 응급상황이 되면, 119 구조를 요청해도 몇시간이 걸려 어디로 가서 진료를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가 아이를 돌보지 않는다’, ‘소아환자의 부모가 너무 예민하게 군다’, ‘소아과의사의 지원자가 부족해 수급이 어렵다’, ‘소아과수가가 낮다’ 등등의 주장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누군가의 탓을 하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 역시 증폭됩니다. 

어제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에서도 많은 악플들은 정욱이의 부모를 향해 있었고, 이는 다른 사건사고에서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에게 가해지는 아주 비열하고 저급한 폭력들과 같은 양상입니다. 

왜 이런일들이 발생하는지를 고민하기 위해서는, 왜 사회가 그 피해자를 보호해주지 못한것인가를 한번쯤은 짚어보고 책임소재를 가려야 할 것인데, 최근의 ‘응급실 뺑뺑이’사건의 본질적인 책임은 정부(보건복지부)와 각 지자체에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본 지면의 한계가 있으니, 시흥시에 대해서만 살펴보죠. (이하, 내용은 시흥시 뿐만 아니라 모든 시·군·구에 해당함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응급의료기관들에 대해서,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전문응급의료센터는 보건복지부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시·도지사가,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시·군·구청장이 지정하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따라 시흥시는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서 시화병원, 센트럴병원, 신천연합병원을 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지정해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흥시민들은 늦은밤시간이나 새벽에 원인모르게 아픈아이를 들쳐업고 위 병원을 찾아가도 응급실에는 소아응급의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없기 때문에, 다른지역으로 ‘응급실 뺑뺑이’를 시작하게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시·군·구의 지역응급의료기관처럼 위 병원은 외래진료를 보는 소아과 전문의만 1명, 2명인 상황입니다. 

이에 대해, 응급의료법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에 재정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재정법은 법률에서 정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개인 또는 법인ㆍ단체에 기부ㆍ보조, 그 밖의 공금 지출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시흥시는 그 동안 시흥시민 소아응급의료환자가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으로, 고려대 안산병원으로 가서 오랜 대기 끝에 치료받는 것을 당연하게 바라보는게 아니라(지금은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진작부터 했어야 할 것입니다.

시흥시가 지정한 응급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지정 및 재지정, 행정처분, 업무검사와 보고를 받도록 되어있으므로 이런 상황을 몰랐다고 할 수 없는 것이며, 10년전에도, 20년전에도 전국 각지에서 유사사안이 발생해 왔기 때문에 너무 잘 알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현재, 시흥시 인구 50만명이 넘었다고 기념하는 이 시점에서 시흥시의 많은 아동들에게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런데 치료에 수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 비교적 간단한 조치임에도 부모와 아동이 ‘응급실 뺑뺑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동이 행복한 ‘아동친화도시’에 주력하는 시흥시는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만일, 내일 새벽 우리아이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자유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시흥타임즈는 독자들의 자유 기고를 열어두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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