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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야구에 미쳤지만 그래도 나는 행복하다“

시흥시 야구협회 정광순 회장

"주변에서 사람들이 나보고 야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미쳐야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반쯤 미쳐서 이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야구에 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더 미쳐서 일하고 싶다.“

 

내달 2일 시흥시 야구인들에게는 소중한 자산이 생긴다. 정왕동에 위치한 소망야구장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동안 야구팀에 비해 경기를 할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던 시흥시에 있어 무척이나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직도 야구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이가 있다. 바로 시흥시 야구협회 정광순 협회장(45)이다.

 

그는 시흥에서 태어나 자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시흥 토박이다. 그만큼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야구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흥시에는 3개의 학원 야구부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이번에 소망야구장이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장하게 되지만 이 시설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상황과 앞을 생각한다면 야구장이 더 늘어나야 한다."

 

정 회장의 의지는 이렇지만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할 시 집행부의 의지가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소망야구장이 인조잔디 구장으로 새롭게 탄생되는 것 역시 시의 의지라기 보단 도의 지원이 더 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늘 생각되는 부분이지만 시흥시는 생활체육에는 관심이 높은데 엘리트 체육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각종 전국대회에서 시의 이미지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이 분야에는 소극적이다. 물론 육상 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이 부분에 대한 지원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지만 야구를 마음놓고 할 수 있는 공간 창출을 위해서는 솔직히 섭섭한 마음이 들 정도로 방관적인 모습을 보인다."

 

올해 10월 시흥시에는 초등 야구단 1팀이 더 창단을 한다. 송운초등학교가 창단의 길을 걸으면서 시흥시의 학원 야구단은 4개팀으로 늘어난다. 정 회장은 앞으로 중학교 1개 팀이 더 창단되면 어느 정도 균형이 잡히지 않겠냐고 말한다. 야구팀이 새롭게 창단하고 있지만 정 회장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 역시 어려운 일이었다.

 

과거 전국의 고등학교 야구부 수가 감소하거나 정체되던 시기가 있었다. 학원 스포츠에 대한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학교에서 야구부를 해체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체육계에서는 이런 정체된 모습이 장기적으로 프로스포츠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며 걱정의 눈길을 보냈었다. 그런 시기(2012)에 소래고등학교가 창단한 것. 2008년 울산공고 창단 이후 4년 만에 일이었다.

 

"홍원표 소래고등학교 교장선생님의 야구 사랑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지만 소래고의 야구부 창단은 전국 체육계의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한 학교가 야구부를 창단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될 수 없다. 굳이 없어도 되는 체육팀이 생기는 것을 학부모나 동문들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각 학교의 야구팀이 창단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학교를 찾아가 필요성을 역설했던 것 같다. 과거에 시흥의 한 체육단체장이 어떻게 신규 체육팀을 탄생할 수 있게 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냥 웃음으로 넘긴 적이 있다. 그 학교 교장선생님이 귀찮을 정도로 찾아가 설득하는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었던 것 같다."

 

이야기 도중 정 회장은 다시 소망야구장으로 이야기를 되돌렸다. 현재 소망야구장 부지 내에는 현행법상 문제가 되는 건물이 있다. 운동선수들이 사용할 식당 건물이 불법건축물이어서 시로부터 철거명령은 받은 것이다. 정 회장은 시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운동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운동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씻을 수 있는 공간, 먹을 수 있는 공간 정도는 있어야 되는 것 아닌가. 그 시설을 사용하는 그들은 말 그대로 시흥을 대표 하는 선수들이다. 시에서 현행 기준의 잣대로만 무조건 들이댈 것이 아니라 융통성 있는 행정을 펼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아쉽다."

 

정 회장은 스포츠에 대한 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고 한다. 타 지역의 지원보다는 그래도 괜찮은 곳이 시흥시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지원은 스포츠 지도자들에 대한 지원이지 체육 시설에 대한 인프라 지원과는 별개라고 지적한다.

 

그는 선수들이 마음대로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이 창출되지 않고 있는 데 어떻게 스포츠가 활성화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정 회장은 또 성적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시흥시라고 하면 육상이 강한 도시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야구와 관련된 부분은 시작하는 단계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성적을 먼저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는 부분이다. 학교 스포츠는 말 그대로 상위 클래스에서 더 수준 높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이다. 성적에 얽매여 아이들을 지도하다보면 분명 아이들에 성장에 탈이 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는 초등학생에 맞게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는 그에 걸맞는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성적으로 진학을 결정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이제는 과거와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선수들을 선별하기 때문에 성적에 꼭 얽매일 필요도 없다. 오히려 체육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성적을 거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 회장이 이렇게 이야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흥중학교의 대회 성적은 꾸준히 좋은 성적을 보였다. 그럼에도 정 회장은 학생들이 그 나이에 맞게 적당히 운동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은 스포츠 지도자로써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할 생각이라고 강조한다.

 

정 회장은 군자배곧신도시가 조성되면 중등부가 한 팀 더 창단해 초등 2, 중등 2, 고등 1개 팀의 구성이 이뤄져 학원 스포츠의 사이클이 어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평소 관심을 갖지 않던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솔직히 반짝 관심은 스포츠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지역의 스포츠의 발전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하게 이뤄져야 탄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임기가 만료된 후 솔직히 시흥시 야구협회장직을 연임할 생각이 없었다. 20092대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를 보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에서 지속사업에 대한 적임자가 없다는 권유 등으로 협회장직을 다시 수행하게 됐다.

 

정 회장 주변에서는 그를 보고 "야구에 미친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 자체에 대해 기분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다고 전한다. 그만큼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시흥의 야구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그의 모습에 더 많은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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