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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엄마의 심정으로 아이들을 보게 된다"

사)대한어머니회 시흥시지회 손경희 회장

"무너진 가정일수록 엄마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 나무도 토양이 튼튼하면 어떠한 풍파에도 잘 견뎌내 열매를 맺듯 엄마는 자식들에 있어 중요한 토양의 역할을 한다. 엄마는 그만큼 가정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사단법인 대한어머니회 시흥시지회 손경희 회장(48)이 생각하는 가정에서의 엄마의 역할과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비록 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도 어머니가 중심을 잡고 자녀들에게 올바른 길을 인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면 그만큼 자식들 역시 올바른 성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 78일 대한어머니회 시흥시지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을 한 지 얼마 안 된 시기이기에 앞으로 시행할 사업을 구상하고 진행하기에 바쁜 상황이다. 그는 거창한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는 것보다는 현실적이고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부분에 신경을 쓸 생각이다.

 

특히, 엄마의 마음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듬어야 한다는 대명제를 가지고 진정으로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다가가고 있다.

 

"고아, 초극빈층 청소년 등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다. 이들이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가 어느 정도 책임을 져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굵직한 사업들은 대한어머니회 중앙회에서 추진하고 있고, 시흥시지회에서는 지역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 이들을 보듬을 수 있는 사업들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갯골생태 지킴이, 난치병 어린이 돕기 운동, 적십자사 활동 등 다양한 사회 활동을 했다. 그러한 활동을 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봉사활동을 찾은 것이 '대한어머니회'.

 

"어르신들의 건강을 챙기는 봉사활동 등을 참여했지만 내가 굳이 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돕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두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아이를 키우다보니 내가 (우리 아이에게) 못했던 부분을 다른 아이들에게 해보자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막상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활동을 하니 매력이 있었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누구를 만났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더욱 이 일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손 회장은 현재 시흥시의 기업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들과 매칭해 후원을 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일정부분 지원을 하는 사업으로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까지는 손 회장의 인맥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이에 관심을 가진 기업들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손 회장은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일부 청소년들의 마음가짐에는 아쉬움을 피력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이 받는 지원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지원이라는 것은 언젠가는 끊길 수도 있는 것인데 '어디서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청소년들을 보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지원을 받은 청소년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해 추후 그들이 봉사에 참여할 수 있는 사이클을 기대하는 것인데 이런 모습을 볼 때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그는 지원을 하는 곳에도 보다 세심한 배려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차상위계층 보다도 한 단계 더 낮은 '사각지대'를 지원하기 위해 고민한다는 것이다.

 

"사실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정상적인 지원을 받기 위해선 서류상으로 어느 정도 갖춰져야 지원이 가능하다. 어떠한 근거 서류를 제출하지 못하는 사람들 중 더 급박한 사람이 있음에도 막상 정부가 그들을 지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허점이 있다. 우리 단체는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찾아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가슴 뭉클한 경험을 했다. 어려운 가정을 혼자서 꾸려나가는 엄마로부터 꿀 선물을 받은 것이다.

 

손 회장은 건강에 문제가 있는 두 아이를 껌을 팔아가면서 어렵게 키우는 엄마를 찾아내 지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손 회장은 매번 찾을 때마다 음료수라도 사서 내어놓는 아이 엄마가 부담스러워 집을 방문할 때도 알리지 않고 찾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은 꿀 두 통을 내어놓고서 "안 가져가면 다신 오지 말라"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해 어쩔 수 없이 받아 왔다고...

 

그런 상황을 경험하면서 "오히려 어려운 사람이 베푸는 마음을 더 잘 아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하게 됐다.

 

손 회장의 집 베란다에는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집에 "필요한 곳에 써 달라"며 사람들이 놓고 간 물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이다. 올해 연말에는 쌓여있는 물건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는 '봉사'라는 것에 대해 늘 긍정적인 생각으로 접근한다. 대단한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에서 남들과 함께하는 것이 '봉사'라고 생각하기에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다.

 

그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결혼을 한 후에 느끼게 됐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 담임선생이 주말마다 장애인 시설이나 양로원 등에 학생들을 이끌고 봉사활동을 벌였다. 거의 매주 진행되는 이 활동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손 회장은 "왜 피곤하게 이런 일을 하는데 우릴 끌고 다니냐"고 담임선생에게 따져 물었다.

 

그 때 담임선생은 "육신이 멀쩡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만이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남에게 나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당시의 말을 잘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이를 직접 키우고 세월이 흐르면서 세상을 바라보니 그 당시 담임선생의 말이 와 닿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그 때 들었던 말이 인생을 살아가는 중심이 되는 말로 자리 잡고 있다.

 

손 회장은 인터뷰 도중 자신의 지갑에서 '헌혈증'을 꺼내보였다. 그러면서 "요즘 어떤 사람들은 이것도 돈으로 거래를 한다"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줬으면 한다'고 말하며 헌혈증을 기증하는 사람에게 받았다고 전하는 그는 난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증서는 단순한 증서 이상의 큰 힘이라고 전했다. 가끔 이렇게 '헌혈증'을 기증하는 사람을 만날 때는 "로또 맞은 기분"이라고...

 

그는 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관심도 크게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흥시는 타 지역 보다 높은 다문화 인구율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그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다문화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솔직히 그 곳에 나올 수 있는 다문화여성은 이미 어느 정도 한국에서 정착을 이룬 가정이다. 1~3년차 주부들은 거의 집에서 나오질 못하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은 많이 힘든 것이 아니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관심만 기울인다면 그들이 한국에서 정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들도 우리나라의 중요한 인재들이다. 또한, 그들이 낳은 자식들도 미래에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다. 그러한 기반을 만드는 데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사회적 봉사활동을 벌이기 위해선 사회 각계의 관심과 함께 후원 역시 필요하다. 손 회장은 취임 이후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기 상황이 많은 후원인을 이끌어내기에는 무리가 따르고 있다.

 

"어쩌면 대한어머니회 사업은 희망을 나누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물품의 지원이 아닌 가진 재능을 나누는 것도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된다. 봉사라는 것을 어렵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 이상 힘들다. 하지만, 막상 그 길에 들어설 때는 그 어떤 일보다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엄마가 한 아이를 키우는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손경희 회장. 그는 시흥시가 좀 더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마음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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