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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화칼럼] ‘시흥아트센터’에 바란다… "주체로서의 본분을 다하라"

[글:이상범/극단 기린 대표]  시나브로 ‘시흥아트센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얼마나 절실한 숙원이었던가. 만시지탄의 느낌을 떨쳐버릴 수는 없으나 우선 축하해야 할 일이다. 공연 예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나 또한 반갑기 그지없다. 설렌다. 제대로 된 전문 예술 공간 하나 가지지 못했던 시민들의 기쁨과 기대는 또 얼마나 크겠는가. 드디어 시흥 예술의 부흥이 시작되는가.

그럴 리 있겠는가. 예술 부흥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 문제라던가. 현실을 직시하자면 ‘시흥아트센터’ 건립은 시흥 예술 환경의 작은 변화에 불과하다. 번듯한 새집이 하나 생겼을 뿐이다. 값비싼 집이 행복한 삶을 보장한다던가. 새 극장 역시 좋은 시설만으로 훌륭한 예술 활동을 보장하지 못한다. 자칫 화근이 될 위험성마저 도사리고 있다.

‘시흥아트센터’ 건립이 희소식이 되려면 제 주체들의 헌신과 노력, 제 역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제 주체란 누구를 의미하는가. 시민과 예술가 그리고 행정이 그들이다. 그중 첫째는 시민이요, 다음은 예술가이며, 마지막이 행정이다. 

시민에게 바란다

예술의 최종 지향점은 어디일까. 누구일까. 그렇다. 시민이다. 시민을 위해서, 시민을 향해서, 시민에게 기대는 게 예술이다. 시민의 아름답고 즐겁고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위해서. ‘시흥아트센터’를 갈구하는 주체는 예술가 이전에 시민이었어야 한다. 시민이 행정을 움직여 예술가에게 효율적인 활동의 장을 펼쳐주는 게 바람직한 구도다. 수준 높은 작품을 시민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시민이 먼저 알아야 한다. 시민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시민이야말로 예술 활동의 시발점이요 종착점이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바란다. 시흥 예술을 응원하라. 서울을 위시한 대도시 예술에 대한 선망이 있으리라. 시흥 예술과의 격차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는 않으련다. 무엇보다 예술 환경에서의 열세는 치명적이다. 한 가지 문제는 푼 셈이다. 예술이 어떻게 혼자 크겠는가. 즐겨라. 시흥 예술을 소비하라. 투자하라. 티켓을 구매하라. 후원하라. 지속적이고 안정적 활동을 뒷받침하라. 그리고 요구하라. 좀 더 멋진 작품이 필요하다고. 좀 더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예술가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예술가에게 바란다

시흥 예술의 세 주체 중 예술 활동에 대한 중추적 책임은 당연히 예술가가 감당해야 한다. 출발지점으로서의 행정과 목표지점으로서의 시민은 예술가를 가운데 두고 양 끝에 자리하고 있다. 양 끝을 잇는 중간 지점은 사실 일부분이 아니라 전체이다. 그만큼 본질적 책임은 예술가가 져야 한다는 뜻이다. 시민을 극장이나 전시실로 끌어들일 수 있는가. 관람료를 요구할 수 있는가. 만족감과 행복감을 제공할 수 있는가. 시흥 예술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는가를 결정짓는 것은 전적으로 예술가다.

‘시흥아트센터’가 천국이 될지 지옥이 될지는 예술가 자신에게 달려있다. 새 극장은 그동안의 노력이나 투자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더 높은 질적 완성도를 요구할 것이다. 넓어진 공간은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비싸진 대관료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피아노나 플루트, 성악처럼 숙련도를 요구하는 예술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새로움을 요구하는 창조 예술이 있다. 연주가들은 숙련도가 떨어지고 섬세한 표현이 불가해지면 그 생명이 다한 것이다. 창조 예술가는 늘 새로워야 한다. 새롭지 못하면 죽는다. 굶어 죽는다. 예술가의 숙명이다. 예술가에게 ‘왕년 타령’은 금물이다. ‘나는 끝났다’는 자기 고백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행정에 바란다

‘시흥아트센터’가 ‘시민의 극장’이 될지 ‘거미집’이 될지 예상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그간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여준 실패사례들을 보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근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그 지점이다.  

행정의 전문성은 어디서 찾아져야 하는가. 예술 철학에 기반한 지역 이해 그리고 시 구성체에 대한 분석에 기초한 장단기적 비전설립능력 및 지속성이 행정의 전문성이다. 절실하게 요구하는 ‘시흥문화재단’의 필요성이 행정의 전문성과 연계되어 있다. 지금의 행정 시스템으로 시흥 예술의 미래를 논하는 것은 난센스다. 문화재단의 병폐를 염려하는 시선이 많다. 그것은 고쳐나가면 될 문제다. 핑계가 될 수 없는 지엽적인 문제다.

‘시흥예술센터’ 운영 주체에 바란다. 관리자의 전문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예술가에 대한 이해와 존중, 서비스 정신에서 찾아져야 한다. 예술가를 섬기는 게 시민을 섬기는 것이다. 행정이 예술가를 온전히 뒷받침하지 않고 시민에게 훌륭한 문화예술을 제공하겠다는 것은 헛된 꿈이다. 자기기만이다. 

다시 행정에 바란다. 예술 도시 시흥을 디자인하라. 왜 시흥은 세계적 예술 도시가 되면 안 되는가. 왜 아무도 꿈꾸지 않는가.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없다. 다 만들어내는 것이다. 시흥은 왜 안 되는가. 예술의 가치에 대해 눈뜨라. 파격적으로 상상하라. 과감히 투자하라. 이것이 최고가 되는 사람들의 자세다.

‘시흥아트센터’는 현장 예술가들에게는 양날의 칼이다.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제작비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전향적 제도 개선이 절실해지는 부분이다. 나는 ‘두 배 정책’을 제안한다. ‘곱하기 2, X2’ 정책이다. ‘시흥아트센터’ 운영비의 최소 두 배를 예술활동비로 책정하라는 요청이다. 현재 제시되고 있는 편성 예산으로는 질적으로는 물론이요, 양적으로도 허접할 것이다. 짐작건대 시흥 예술은 길을 잃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고향을 등지고 떠나야 할 것이다. ‘시흥아트센터’ 운영자들은 파리 잡는 일이 주무가 될지 모른다. 

아, 예술 도시 시흥은 정녕 불가능한 꿈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시흥문화” 제27권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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