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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르포] 잔혹 범죄에 낙인찍힌 외국인, “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시화호 토막 시신 사건 후 ‘경계’ 인식 강해져
대부분 ‘코리안 드림’ 꿈꾸고 온 사람들​
정왕동 지역 공단 가까워 밀집 거주

[시흥타임즈=우동완 기자] 지난 5일 시화호 방조제에서 토막 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이후 경찰은 수사에 착수해 결정적인 시민제보 등으로 사건 발생 3일 만인 8일 오전 범인을 검거했다.

이 끔찍한 사건의 피해자는 정왕동에 거주하는 중국 국적 여성 한모(42)씨였다. 또 이 여성을 살해한 동거남 김하일(47·중국 국적)역시 중국 국적이었다.

자신의 동거녀를 말다툼 끝에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 유기 한 엽기적인 범죄는 당연히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 지역에선 연이어 터진 강력 범죄로 인해 불안감이 상당히 높다. 관계당국은 왜 이런 일들이 이 지역에서 자주 일어나는지 분석하고 이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정책을 서둘러 실행해야 하겠다.

그러나 외국인에 대한 지나친 혐오는 사회적 소수자인 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어 오히려 그들과 우리의 사회적 갈등만 키울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시흥지역 외국인 현황과 인식, 정착을 돕는 지원책들에 대해 알아봤다.

시흥시 외국인 현황 보니...최다 국적은 중국, 최다 주거지는 정왕동.

2015년 2월 시흥시 외국인 현황을 보면 시흥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는 30,258명으로 집계되어있다. 그러나 실제 다문화 관련 팀에선 외국인이 4만여 명을 넘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중 가장 많은 외국인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과 중국인으로 2만1천466명이다. 이는 전체 외국인중 70%가 넘는 비율이다. 또 동별로는 정왕동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25세에서 29세 사이의 연령대가 가장 많이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정왕동에 많이 사나?

이들은 일명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건너온 가난한 젊은이들이다. 인근 시화스마트허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대부분인 탓에 정왕동에 주거지를 꾸린 외국인이 많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왕동엔 원룸형 다가구 주택들이 상당히 많다. 목돈이 없는 외국인들의 특성에 맞추어 보증금 없는 월세 원룸도 많은 편이다.

정왕동에서 원룸임대를 주로 중개하는 한 부동산 관계자는 “외국인들 중 특히 조선족이 많은데, 이들이 많은 돈을 가지고 있지 않아 대부분 무보증 원룸을 선호한다.” 면서 “정왕동은 시화, 반월공단이 가까워 공장까지 출퇴근도 편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다문화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어 더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대상황과 맞아떨어진 외국인 노동자 고용

13일, 시화스마트허브 내 소규모 부품조립공장. 이곳의 조립라인엔 10명의 근로자가 근무하지만 이들 중 7명이 중국인이다. 겉보기엔 모두 내국인과 똑같이 생겼지만 한국말을 하는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이다. 하지만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무직과 영업직 5명은 모두 한국인이었다.

이 공장의 관리자인 김모씨는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우리가 구인 공고를 내도 내국인은 별로 오지도 않고 또 오더라도 힘든 일 하기를 꺼려해 오랫동안 있지도 않는다.” 면서 “반면에 조선족은 힘든 일을 시켜도 성실하고 임금도 싼 편이라 불황인 경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그는 “현재 한국산업경제에서 내국인이 기피하는 ‘노동’이라는 한축을 외국인이 대신해 주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득이 높아지고 고학력 인플레가 심해지면서 일명 3D산업들은 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넘겨 준지 오래다.

또 내국인을 고용하는 것보다 외국인을 고용해 보험료 같은 비용을 아낄 수 있는 점도 외국인을 많이 쓰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결국 이런 우리나라의 시대적 상황과 업주들의 이해관계가 절묘히 맞아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코리안 드림을 안고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어떻게라도 일자리를 구해야는 상황이기 때문에 처우가 정상적이지 않더라도 묵묵히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조선족 청년 주모(21)씨는 “한국에서 몇 년 간 열심히 일하면 중국에 돌아가 잘살 수 있을 것 같아 부모님과 함께 들어오게 됐다” 며 “아침 일찍부터 밤에 야근까지 하느라 힘은 들지만 여기서 일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 종일 공장에 매달려 저임금을 받으며 고강도 노동을 견뎌내고 있다. 그야말로 인간기계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공장 주변에 있는 작은 매점들은 이들의 휴식처자 구직공간이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들은 소개업소와 같은 브로커를 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먼저 들어온 친구나 친척, 아니면 공단 내에 있는 이런 매점을 통해 수소문으로 구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연이은 외국인 범죄 “다 나쁜 사람은 아닌데”

앞에서 언급한 외국인의 엽기, 잔혹 범죄의 여파로 심리적 공포가 범죄와 무관한 외국인들에게 2차 피해로 연결될까 염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왕동 한국산업기술대학교를 다니는 최모(19)양은 “이번 토막살인 사건이 외국인이 저지른 범죄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후 외국인과 마주칠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또 정왕본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도 “중국인이 워낙 흔한 동네라 평소엔 별 느낌이 없었지만 이번 사건이 터진 이후엔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는 심정을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외국인 중 중국동포사회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 시흥시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70%가 중국인이라는 점에서 시민들이 느끼는 공포 심리나 중국인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실제로 상당하다. 단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다 똑같은 범죄자로 낙인찍힐까 두려움에 빠져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왕동에 거주하는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류모씨는 “지금상황이 어디 가서 중국인이라고 밝히기도 힘든 상황이고 사람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혹여나 내가 피해를 입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범죄율보다 낮은 편이다. 한국 형사정책연구원이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를 계산해보니 내국인의 범죄자수는 3천600여명인데 반해 중국인 범죄자 수는 2천9백여 명이었다.

또 전체 외국인 범죄율도 내국인의 범죄율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2013년 전국 외국인 범죄율은 100명당 1.59명 이었지만 내국인은 3.42명으로 외국인의 범죄율은 내국인의 범죄율에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내국인도 안심시킬 수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기서남부권에 대한 외국인의 치안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시흥 정왕동 및 수원 서부권 일대를 담당하는 기동순찰대를 오는 8월경 창설 하고 6월까지 다문화경찰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CCTV와 셉티드(CPTED,범죄예방환경디자인)도 확충할 계획이다.

시흥시 역시 외국인 관련 계획을 추가로 수립했다. 우선 정왕본동에 다사랑커뮤니티센터를 설치하고, 셉티드디자인을 적용한 도시환경 개선에 5억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더불어 기업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예방 교육을 4월 중 실시하고 동아리 활동과 종교 활동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시흥시 가족여성과 방효설 다문화팀장은 “한편에선 예산이나 인력도 모자란데 외국인 관련 정책에만 힘을 쏟을 수는 없다고 반론을 펴지만 지금과 같이 내국인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외국인에 대한 정책을 강화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시에서 이와 같은 정책들을 내놓아도 고질적인 행정력 부족으로 인해 정책실현 여부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외국인의 수가 약 7~8만으로 추산되는 안산의 경우엔 외국인 관련기관이 1과 5개 팀 24명에 달하지만 외국인 수가 4만인 시흥시의 경우엔 1개 팀에 인원은 고작 4명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대한 정책만을 쏟아내기 이전에 정책들을 실현 시킬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조성되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불안에 떠는 내국인을 위해서라도 외국인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담당 공무원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지지 않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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