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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르포] "신도시 옆 소멸 위기 학교…시흥 계수초의 존재 이유"

아이들은 웃고 있지만… 학생 수 줄어드는 계수초의 두 얼굴
학구 조정 통해 인근 신도시 과밀학급 대안학교로 충분


[시흥타임즈=대표/편집장 우동완] "아이는 학교에 혼자 오지 않는다. 과거와 미래, 이 모든 걸 갖고 온다. 이 아이에게 학교는 따뜻한 시선과 호의적인 말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올해 교장 공모제를 통해 시흥시 계수초등학교에 부임한 양동준 교장의 명함에 적힌 문구다. 이 말은 그가 이끄는 계수초의 교육 철학이기도 하다.

1949년 개교해 올해로 76년을 맞은 계수초는 시흥 북부 지역의 전통 있는 교육기관이다. 졸업생만 5천여 명. 첫 졸업생은 어느덧 아흔을 바라볼 나이다. 그러나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이 학교는 지금, 큰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생 수 감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80여 명이던 학생이 현재는 63명으로 줄었다. 학년별로 한 반씩, 한 반의 학생 수도 10명 남짓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계수초에 올 수 있는 학구 안에 아이들을 보낼만한 주택가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구를 법정동 단위로 자르다 보니 일어난 현상이다.

자연부락이 대부분인 계수동은 예전 성황을 이루었을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 주택들은 공장이나 식당으로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이 뛰놀던 골목엔 이제 노년의 주민 몇 분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계수초에 다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인근 신도시인 시흥 은계지구나 부천 옥길지구에서 입학한 경우다. 이들 지역의 학교는 학생 수가 수천 명에 달하는 대표적 과밀학교다. 예컨대, 계수초에서 약 2km 떨어진 은빛초등학교는 증축에 증축을 거듭하면서  숨 쉴 틈조차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런 환경을 벗어나 계수초로 입학한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공간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방과 후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로봇 만들기나 곤충 키우기 같은 수업에 참여한다. 삼삼오오 모여 웃고 떠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요즘 도시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가 끝난 뒤 학원을 가지 않는다는 것도 특징이다.

양동준 교장은 이런 모습을 계수초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서로 배우고 나누며 행복한 학교. 계수초는 은계나 소사의 과밀학급을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양 교장은 그 대안으로 ‘학구 조정’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처럼 법정동 경계에 묶지 말고, 실거주지나 통학 여건 등을 반영해 인근 지역에서 계수초로도 입학할 수 있도록 학구를 넓히자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좋은 선택지를 하나 더 얻는 셈이 된다.

하지만 그의 제안은 번번이 무산됐다. "굳이 계수초만을 위해 학구를 넓혀야 하느냐"는 회의적인 반응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학생 수가 줄어든 학교에 대한 지원도 별로 없다는 점이다. 교육도, 예산도, 결국 숫자에 따라 흘러간다. 표가 많은 곳, 학생이 많은 곳에만 자원이 집중되는 구조 속에서 계수초는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학교는 본질에 더 집중하고 있다. 계수초의 교실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있다. 넉넉한 공간 덕분에 수업 주제에 따라 책상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아이들이 직접 토론하며 배움을 쌓을 수 있는 구조다. 친구와의 유대감, 심리적 안정감, 그리고 여유. 그것이 계수초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교육의 색깔이다.

학생 수 감소는 단순한 학교 문제를 넘어, 지역 소멸과도 연결된다. 신도시가 바로 옆에 생겨났지만, 오히려 구도심 학교들이 폐교를 걱정하는 역설적인 상황.

밀양의 한 초등학교가 생태교육으로 학생을 다시 끌어모은 사례처럼, 계수초 또한 정책의 방향에 따라 충분히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계수초는 오랜 시간 지역, 교육, 사람을 잇는 공동체의 거점이었다. 80년 전통의 학교가 ‘숫자’에 밀려 사라지지 않고 인근 신도시 과밀학교에 ‘대안 학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제는 교육청과 정치,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응답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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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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