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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스토리] 시흥 은계지구에 "무슨일이"

최근 시흥 은계지구 자족시설에 소규모 공장들이 입주하면서 인근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흥 은계지구는 정부가 지난 2009년 보금자리주택지구 2차 시범지구로 시흥시 대야동, 계수동, 은행동, 안현동 일대 201만1000㎡ 규모에 1만3191가구를 공급하기로 한 택지지구다.

그런데 이곳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은계지구 내에 포함되어 있는 자족시설이 아파트와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데다 입주민들이 예상하고 있던 첨단 자족시설이 아닌 재래식 소규모 공장들이 이어서 주거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이런 공장들이 들어온다는 정보를 분양 시 전혀 알지 못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어디부터 꼬인 것인지 지난 경과를 살펴본다.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은계지구 지정
지난 2009년 정부는 싼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시흥을 포함한 수도권에 대규모 택지지구를 지정하게 된다. 이른바 ‘보금자리주택지구’다. 

시흥시 대야동, 계수동, 은행동, 안현동 일원에 걸쳐 지정된 은계지구는 서울도심 서남측 21㎞ 지점에 위치해 있고 서울외곽 및 제2경인고속도로, 국도 39호선, 국도 42호선이 인접해 있는 교통의 요지로 꼽혔다.

그래서인지 지정 초기부터 수요자들의 관심이 상당했고 국토부 역시 은계지구를 계수저수지와 주변 녹지 등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문화복합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생태전원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홍보했다.

수용된 영세 공장들의 반발, 그리고 이주대책
그러나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구를 지정하면서 문제는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부의 택지지구 개발 방식은 지역을 일괄 수용하는 방식인데, 당시 이 지역에 거주하던 주민들이나 소규모로 사업을 영위하던 영세 공장들은 하루아침에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이들은 합리적인 보상과 이주대책을 요구했고 개발자인 LH와 시흥시, 정치권에 전방위적인 공세를 가했다.

은계지구에 산재해 있던 소규모 영세 공장들은 약 190여개로 추정됐지만 지구가 지정된 이후 이렇다 할 이주대책은 마련되지 못하던 실정이었다. 

그러다 2013년 보금자리주택건설특별법이 개정되면서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보금자리주택지구 내 공장들을 다른 보금자리주택지구의 공업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주변 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해 옮길 수 있도록 했다. 은계지구가 발표된 지 5년 만에 나온 대책이었다.

이때, 내려진 조치가 은계지구 내 소규모 공장들을 인근 장곡동과 장현동 일원에 건설될 장현지구 8만9천13㎡ 규모의 공업지역을 마련해 이전시킨 다는 계획이다. 

계획이 발표되자 토지를 수용 당해 쫓겨날 위기에 처해있던 영세 공장주들은 환영했지만, 장현 인근 능곡지구에서 극심한 반대 여론이 일어났다.
쉽지 않은 공장 이전과 민․관 갈등...
능곡동 아파트 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시민들은 능곡과 인접한 장현지구에 공업지역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

주민들은 “애초 주거지역 이었던 곳을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공업지역으로 변경시켰고, 환경친화적인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약속을 믿은 주민들을 기만했다”며 "은계지구에서 수용된 공장들은 그곳에 대체용지를 마련하라"고 LH와 시흥시, 정치권을 싸잡아 성토했다.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정치권은 주민들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각 정당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격한 공방도 이어갔다. 이후 여․야 정치권은 "주민들의 동의 없는 공업지역 지정은 반대 한다"고 각자 의견을 발표했고, LH 역시 장현지구내 공업지역을 취소시키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문제는 남았다. 은계지구가 개발되면서 수용된 영세 공장들의 이주대책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의 입장에선 토지를 강제로 빼앗겨 쫓겨난 이들의 이주대책도 시급히 마련해야 했다.

다시 은계지구로 돌아온 공장들
이주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던 관계기관들은 2013년 은계지구내 자족시설 용지에 공장 이주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시흥시 조례에 의해 자족시설에 들어가게 될 업종이 제한을 받자 국토부는 시에 공문을 보내 이주 공장들의 영업활동이 지속적으로 가능하도록 조례를 개정해 달라고 요구한다. 

당시 시 조례에는 자족시설에 입주 할 수 있는 업체가 컴퓨터 제조 등 첨단 특정업종으로 제한되어 있었고, 이주해야 하는 대상 업체들은 일반 제조업을 하는 곳이 대다수여서 이런 제한을 풀어달라는 취지였다.

결국 시는 국토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2013년 12월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조례를 국토계획법에 준하는 수준으로 개정한다.

이로써 은계지구 지정으로 수용된 소규모 영세 공장들은 다시 은계지구로 돌아 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주거지 코앞에 공장이라니...뒤 늦게 안 사람들의 ‘분노’
은계지구 자족시설이 이주대책의 일환으로 소규모 공장들이 입주하게 되면서 자족시설과 불과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건설되는 아파트 분양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은계지구 자족시설에 공장 이주가 결정되고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4년과 2016년 대야동 주민들을 주축으로 공장 이주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관계기관에 전달했지만 반대 여론의 규모가 확산되지 않았고 이렇다 할 대책도 나오지 않았다.

이후 LH는 은계 공장이주대책을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2014년 12월 은계지구 자족시설용지 우선공급 분양을 실시한다. 

대상자는 은계지구내에서 지구지정 이전부터 제조시설과 그 부대시설을 갖추고 영업활동을 영위한 사람들이었다. 은계지구 자족시설 55개 필지 중 43개가 이들에게 선분양 됐다.

이렇게 자족시설로 공장이주대책이 진행 된 몇 년 후인 2017년 5월 LH는 코앞에 위치한 B1블럭 아파트를 공공분양 한다. 

공공분양 당시 LH는 인접한 곳에 자족시설이 있음을 고지하는데, 이때 자족시설에 들어설 소규모 이주 공장들에 대한 언급이나 설명은 전혀 없었다. 

단지 현장을 확인하라는 문구가 있지만 지역을 잘 알지 못하는 타 지역 입주예정자들의 입장에선 지역에서 과거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B1블럭을 분양 받은 입주예정자들은 "코앞에 유해한 공장들이 들어선다는 중대한 사안을 분양 시 입주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다"며 "사기분양"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 현장에 가보면 소규모 영세 공장이 입주해 일반인들이 이해하고 있는 자족시설이라는 개념 보단 그냥 공단에 가까운 실정이고 아파트와는 어떠한 차단 시설도 없다.

예견된 문제, 사면초가에 빠진 '시흥시'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 18일 시흥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며 시흥시를 강하게 성토했다. 자족시설에 소규모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협력한 시가 이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LH가 자족시설을 공장 대체용지로 선분양하여 속속 입주하고 있는 상황에서 뽀족한 대책은 없어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시는 정부와 LH가 공장 이주 대책을 마련하면서 조례 개정을 요구해왔고, 중앙의 요구에 따라 이를 지난 7대 시의회의 의결을 거쳐 통과 시켰기 때문에 이미 들어선 것을 막을 수 없다며 곤란해 하고 있다. 

은계지구 자족시설에는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과 시 조례에 근거해 9월 말 현재 총 21개 필지(1필지당 2천㎡)에 500㎡ 이하의 공장이 시로부터 허가를 받아 들어섰다. 

500㎡ 이하의 공장은 업종 제한을 받지 않음에 따라 철강, 프레스 가공 등 전통 제조업 소규모 공장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경적 위해가 우려되는 대기 및 폐수 배출 제조시설은 관련 규정에 따라 지도·점검 담당공무원이 수시 점검할 계획" 정도라고만 밝히고 있다. 

LH는 “본인들은 분양만 했을 뿐 허가는 시의 몫이다.” 라고 떠넘기고 시는 “법상 하자가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민들은 그렇다면 애초에 아파트 분양 시 이와 같은 문제를 예견하고 소상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은 잘못이 크다고 지적한다. 마치 중고차를 살 때 “과거 사고이력을 제대로 고지했더라면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던 것”과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정부의 토지수용으로 부터 시작된 공장 이주 문제를 당시 정부가 해결하지 못하고 지자체에 떠넘긴 잘못과, 분양 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제대로 된 선택권을 부여하지 않은 LH는 이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한다.

또 이런 과정을 알고 있고 있는 시흥시 역시 중앙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시흥시민이 될 입주 예정자들과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고 최대한의 행정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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