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마무리하는 12월21일 정왕본동주민센터 다목적실. 정왕본동 주민자치위원회[회장 이광재, 간사 김건우] 주관으로 주민과 함께하는 2012년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자신들의 끼와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한 행사로 많은 지역주민들의 관심 속에 진행됐다.
하지만, 이 행사는 행사의 표면적인 모습 외에도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정왕본동에서 체계적인 지역 축제로써는 처음으로 이뤄진 대형 행사라는 점이다.
제1회 시흥일보 시민대상 문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건우[33] 정왕본동 주민자치위원회 간사는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정왕본동은 시흥시에서도 가장 거주인구의 유동성이 높은 곳이다. 1가구당 거주인은 1.5명에 불과하고 전출입기간이 3.6개월일 정도로 거주민의 정착률이 떨어진다.
더구나 해외 이주민의 수가 상당수를 차지할 정도로 다문화사회를 이루고 있어 이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선택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12월에 열린 작은음악회는 공연을 펼친 인원 외에도 2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김건우 간사는 "정왕본동에는 대형 아파트단지가 없다. 원룸촌이 많고 이주민들 또한 많다보니 지역에 갖는 애정이 타 지역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주민자치위원회에서는 이런 상황들을 기회로 생각하고 지역민이 결속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어서 "지역민들의 머물다 떠나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지면 그들 중에도 지역에 애착을 갖는 인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실 정왕본동에서 거주하지 않는다. 거주지는 정왕4동. 그가 그럼에도 정왕본동에 애착을 가지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데는 이 곳이 자신의 역할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김 간사는 "정왕4동은 어떻게 본다면 지역주민 문화 등이 어느 정도 안정화된 곳이지만 이 곳은 그렇지 않다"면서 "소외된 지역이니만큼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정왕본동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일단 그가 생각하는 첫 단추는 잘 뀄다.
작은음악회의 성공으로 다음 행사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자치위원회 측은 봄여름가을겨울 매 계절마다 특색 사업을 열어 지역주민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먼저 봄에는 "울타리 없는 마을"이라는 이름의 자선 바자회를 여름에는 외국인, 이주 정착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전통문화체험 행사를 가을에는 지난해 겨울에 열린 작은 음악회를 겨울에는 정월대보름에 맞춰 지역 축제를 열 계획이다.
일단 오는 2월 정월대보름에는 겨울행사로 계획된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주민자치위원회는 상당히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월 행사 준비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주민자치위원들 모두 무보수의 봉사활동이지만 매달 6회 이상의 모임을 갖고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2월 행사와 같은 사업이 다가오면 거의 매일 모여 고민을 하고 있다고 김 간사는 전한다.
김건우 간사는 "나눔문화"에 대한 각별한 생각을 갖고 있다. 자신이 시흥시에 둥지를 튼 것은 불과 몇 년 안되지만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이니만큼 애정을 갖고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와야 한다는 철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사실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사회사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다. 봉사라는 것은 솔직한 생각으로 자기만족을 "봉사"라는 단어로 포장한 것이 아닌가 한다. 내가 내민 손을 잡아줄 때의 뿌듯함이 만족으로 이어져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봉사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심적인 만족이 높아지다 보니 봉사를 지속하게 됐고 이제는 예전보다 더 넓은 곳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현재 대중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사업장 한켠에는 라면박스가 쌓여있다.
라면박스의 용도에 대해 그는 "이 곳에 폐지 등을 줍는 어르신들에게 드리는 것"이라면서 "큰 도움은 못되더라도 이렇게라도 돕고 싶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그는 종종 독거노인 등에게 고기 등을 드리기도 한단다.
김 간사는 이런 대화를 오갈 때 쯤 한 가지 아쉬운 말을 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극빈층 지원에 대한 행정체계가 사실적이지 못하다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 같아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지 알아보게 됐다. 시흥시에 관련 내용을 요청했더니 같은 주소지에 있는 아들이 있다면서 필요 서류를 받아오란다. 하지만 그 분의 아들은 2년 전부터 연락이 끊긴 상태였고 서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결국 지원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상당히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류 절차 문제로 정작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도움을 못받고 소외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게 우리나라 복지의 현주소"라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시흥시의 예산 중 상당수가 복지 예산인데 정말 어디에 쓰이고 있는 지 반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작은 소망이 있다. 시흥시 정왕본동이 다문화 특화지역으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사람들은 해외 이주민이라고 하면 약간은 꺼리는 모습을 보이는 데 오히려 그들이 융화되는 데에는 더 열심이다. 아무래도 타국에서 정을 붙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보니 그런 모습들이 더 강하게 보이는 것 같다. 이들을 아우르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 또한 많아진다면 그들 역시 지역에 애착 또한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지역 어르신들에게 인사성이 밝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가는 어르신들에게는 안면이 없어도 항상 밝은 얼굴로 인사를 한다.
"인사라는 것이 사람들과의 벽을 허무는 가장 첫 번째 단계"라고 말하면서 웃는 그의 얼굴처럼 정왕본동에도 활기찬 웃음이 가득한 도시가 되길 기대해 본다.